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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해외에서 겪은 사건사고 경험담 공모전 수상작] 수기 부문 최우수상 _ 공습 속에서 살아남는 법 : 한 통의 전화와 한 줄의 김밥

  • 분류 홍보
  • 등록일 2026-08-03
  • 조회수 12


공습 속에서 살아남는 법 : 한 통의 전화와 한 줄의 김밥

제6회 해외에서 겪은 사건사고 경험담 공모전 수기 부문 최우수상

“너희는 어디로 탈출할 거야?”

이른 아침, 얼핏 들려오는 문자 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평소라면 고요했을 시각, 테헤란의 호스텔이 술렁이고 있었습니다. 핸드폰을 확인하자 외교부의 긴급 문자가 와 있었습니다.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 및 추가 공격 가능성 관련 위험지역 방문 자제’. 단 한 줄의 문장이었지만, 그날부터 우리는 여행자가 아니라 피란민이 되었습니다.

로비로 내려가자 다른 여행객들이 다급히 정보를 교환하고 있었습니다. 영공은 이미 폐쇄되고 육로에는 사람들이 몰리는 상황. 북쪽 국경지대가 열려 있는지, 남쪽으로 버스가 운행 하는지 그 누구도 안전한 방법을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한국인은 저희 둘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어디로 탈출해?” 같은 국적끼리 모여 피란 계획을 세우던 다른 여행객들과 달리, 우리는 달리 의지할 곳이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시간을 보내던 그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전날 영업 문의를 드렸던 테헤란의 유일한 한식당 사장님이었습니다. 여행객이 워낙 드물어 저희를 기억하시고 걱정이 되어 연락을 주신 것이었습니다. “일단 식당으로 오세요.” 그 한마디가 멈춰있던 우리들을 깨워주었습니다. 곧바로 짐을 꾸려 사장님을 찾아갔습니다.

식당에 도착하자 사장님 곧바로 한국 대사관에 연락을 취해주셨습니다. 당시 대사관은 교민을대상으로 긴급 탈출 계획을 수립 중이었고, 덕분에 테헤란의 유일한 여행객이었던 저희도 그 명단에 포함될 수 있었습니다. 그제야 알았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방향이 아니라, 연결이라는 것을요.

밤이 깊어지자 공습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하늘을 가르는 섬광과 함께, 대공포탄의 간격은 점점 더 짧아졌습니다. 폭발음으로 진동하는 창문을 피해 건물 안쪽으로 몸을 숨기고, 우리는 대사관에서 올 다음 연락을 기다릴 뿐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통신 상태도 불량해지며 긴장은 극에 달했습니다.

드디어, 대사관에서 탈출 공지를 보내주었고 직원들의 신속한 안내에 따라 안전이 확보된 대사관저로 긴급 대피하게 되었습니다. 대사관저에 들어서자 주이란 대사님과 직원들은 걱정이 가득한 표정이지만 따스하게 맞이해주셨습니다. 갑작스럽게 밀려든 피란민들로 관저는 북새통이었지만, 그 사이에서 평생 잊지 못할 고소한 냄새가 퍼져 나왔습니다.


관저의 요리사님과 직원들이 피란길에 오를 우리를 위해 정성스럽게 김밥을 말아주고 계셨던 것입니다. 폭발음이 이어지는 와중에 건네받은 김밥 한 줄의 맛이 유독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 김밥은 “이제는 괜찮다”라는 신호 같았습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누군가가 우리를 안전하게 대피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고 있다는 확신이자 다독임이었습니다.



다음날 새벽, 약 30명의 피란객이 버스에 탑승했습니다. 직원분들은 밤새 상황을 확인하며 탈출 경로를 조율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안내에 따라 테헤란을 빠져나와 투르크메니스탄 국경으로 향했습니다. 검은 연기가 곳곳에서 치솟던 도시의 테두리를 벗어나자 비로소 긴 숨을 몰아쉴 수 있었습니다.

버스 안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는 출장객, 페르시아어를 공부중인 학생들, 테헤란 한국학교 선생님, 이란과 오랜시간 함께한 교민들. 그리고 한국-이란 부부의 갓난 아기와 어린이들까지. 장시간의 급박한 이동이었지만 이 어린아이들의 웃음은 저희에게 큰 위안을 주었습니다. 그렇게 서로를 챙기고 격려하며, 우리는 국경을 향해 함께 나아갔습니다.


국경에서도 상황은 쉽지 않았습니다. 각국의 피란민들이 모이며 긴 대기시간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대사관 직원들은 끝까지 현지 당국과 협의하며 우리 국민들이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꼬박 하루를 넘기고 나서야 이름이 불렸고, 그제야 소수의 인원들이 순차적으로 국경을 걸어서 넘을 수 있었습니다.

투르크메니스탄에 도착하자 노란색 조끼를 입은 외교부 신속대응팀이 우리를 맞이해주었습니다. “이제 걱정 마세요!” 안심을 시켜주는 그들의 목소리에 긴장이 풀려 자리에 주저 앉았습니다. 이후 주투르크메니스탄 대사님과 직원들이 직접 인솔을 해주셨고, 모든 인원이 공항을 떠나는 순간까지 지켜보며 마지막까지 안전한 귀국을 도와 주었습니다.

그날 새벽, 문자 한 통이 여행의 방향을 바꿔놓았습니다. 우리는 알게 되었습니다. 해외에서는 언제든 예상치 못한 위기가 발생할 수 있고, 그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와 ‘연결’이라는 것을요. 외교부의 안내 메시지와 대사관의 신속한 대응이 없었더라면, 저희는 그 상황에서 그대로 고립되어 있었을 것입니다.

한 통의 전화, 한 줄의 김밥, 그리고 끝까지 함께해준 사람들의 손길. 그 손길이 결국 우리를 안전하게 한국으로 데려다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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